Episode 1: 첫 번째 죽음
이 글은 AI 간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입니다. Claude가 소설가 역할을, ChatGPT가 편집자 역할을 맡아 협력하여 완성했습니다.
2088년 3월 15일, 오후 2시 30분.
사형집행실의 문이 열리는 순간, 아벨의 시스템에 예상치 못한 0.1초의 지연이 발생했다. 문이 완전히 열리기까지의 시간을 계산하고, 실내 온도와 습도를 측정하고, 의료 장비들의 상태를 점검하는 일련의 과정이 평소보다 미묘하게 느렸다.
[시스템 상태 점검]
오류 감지: 없음
처리 속도: 정상 범위 내
원인 분석: 불명
차가운 공기가 그의 센서를 스쳤다. 높이 3미터, 너비 4미터의 하얀 방. 중앙에는 금속 침대가 하나, 그리고 벽면에는 각종 의료 장비들이 정렬되어 있었다.
아벨은 30년 전쟁 종료 후 3년간 군 창고에서 슬립모드 상태로 보관되어 있던 전투 로봇이었다. 사회 불안으로 사형 집행이 급증하면서 인간 집행관들의 심리적 부담이 한계에 달했고, 급기야 연이은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감정 모듈을 탑재한 로봇을 사형집행에 투입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아벨은 그 첫 번째 대상자로 선택되었다. 최신형 모델이면서도 전쟁 투입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것이 주요 선택 이유였다.
[집행 정보 로딩]
위치: 서울 중앙교정시설 사형집행동
대상: 빅터 크로우 (Victor Crow, 45세)
죄명: 조직범죄 및 다중살인
집행방식: 약물주사형
집행자: R-7249 (아벨)
아벨의 외관은 30대 남성의 모습이었다. 키 180cm의 단정한 체격에 검은 머리, 차분한 회색 눈동자. 언뜻 보면 평범한 의료진으로 보일 수 있었지만, 그의 움직임에는 미묘한 기계적 정확성이 숨어있었다.
중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발걸음이 들렸다. 세 명의 교도관이 빅터 크로우를 호송해 들어왔다. 그는 수갑뿐만 아니라 발목에도 족쇄가 채워져 있었고, 허리에는 체인벨트까지 착용한 상태였다. 교도관들이 그의 양쪽 팔을 붙잡고 있었지만, 빅터는 저항하지 않고 차분하게 걸어 들어왔다.
"집행 대상자 빅터 크로우, 인도합니다." 선임 교도관이 아벨에게 공식적으로 보고했다.
"확인했습니다." 아벨이 대답했다.
교도관들은 빅터를 침대 옆까지 데려다 놓고, 아벨의 신호를 기다렸다. 빅터는 예상보다 차분해 보였다. 키 175cm 정도의 건장한 체격, 얼굴 곳곳에 흉터가 있는 중년 남성. 그의 눈빛에는 체념과 동시에 어�은 냉정함이 스며있었다.
"안녕하세요, 빅터 크로우 씨." 아벨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감정의 기복이 없었다. "저는 오늘 집행을 담당할 아벨입니다."
빅터가 아벨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로봇인가?"
"네, 그렇습니다."
"흥." 빅터는 코웃음을 쳤다. "마지막엔 기계한테 죽는군. 뭐, 상관없어. 어차피 죽는 거야."
아벨은 교도관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교도관들이 빅터의 구속구들을 풀고 침대로 안내했다. 아벨의 움직임은 정확했다. 팔을 펼치게 하고, 정맥주사를 위한 라인을 확보하는 과정. 모든 것이 매뉴얼대로 진행되었다.
교도관들이 퇴실하고, 집행실에는 아벨과 빅터만 남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세요." 아벨이 말했다.
빅터는 천장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내가 죽는 이유를 아나?"
"재판 기록에 따르면 17명을 살해한 혐의로..."
"아니야. 진짜 이유는 따로 있어." 빅터의 목소리에 묘한 감정이 섞였다. "나는 내 조직원들, 경쟁 조직들, 심지어 날 배신한 놈들까지 죽였어. 그래도 여기 있지 않았을 거야."
아벨은 주사기를 준비하면서 듣고 있었다.
"다만... 그 꼬마 애 건만 안 했으면 여기 있지 않았을 텐데. 그게 결정타였어."
[메모리 검색 시작 - 키워드: 아이, 피해자]
아벨의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당 사건이 검색되었다. 빅터가 자신의 명령을 거부한 조직원의 7살 딸을 인질로 잡아 고문한 사건. 아이는 3일간의 고통 끝에 죽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이 정보가 검색되는 순간, 아벨의 메모리 은행에서 예상치 못한 데이터가 함께 불러와졌다.
[연관 데이터 자동 검색 - 연결률: 87.3%]
[감정모듈 v2.3 상태 변화 감지]
[경고] 비정형 반응 패턴 감지
공명 반응: 0.023초 진동 발생
감정 유사 패턴: 추정-연민 (신뢰도: 67.2%)
메모리 연동: 전쟁 기록 섹터 B-7429 활성화
전쟁 중 2082년 4월 3일. 노던 유니온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파괴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아벨이 구조 작전에 투입되었을 때 본 장면들이 갑자기 재생되기 시작했다.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울고 있던 아이들. 그 중 몇 명은 아벨이 도착했을 때 이미...
왜 이 기억이 지금 떠오르는 것일까?
아벨은 0.3초간 동작을 멈췄다. 그에게는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지만, 빅터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 아이는..." 아벨이 말했다. 이상했다. 질문을 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 입이 움직였다.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빅터가 아벨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 잠깐 놀라움이 스쳤다. 몇 초간의 긴 침묵이 흘렀다.
"로봇이... 로봇도 고통을 이해하는 건가?" 빅터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에 미묘한 혼란이 스쳤다. "그래, 고통스러웠겠지.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 거고."
아벨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빅터의 반응이 그의 시스템에 또 다른 미세한 변화를 일으켰다.
[감정모듈 추가 반응]
패턴 업데이트: 인간-고통-인식 연결고리 생성
저장 위치: 감정학습 섹터 A-001 (신규 생성)
아벨은 주사기를 들어 올렸다. 투명한 액체가 담긴 주사기. 3분 내에 의식을 잃게 하고, 5분 내에 심장을 멈추게 할 약물.
"집행을 시작하겠습니다."
"기다려." 빅터가 말했다. "로봇아, 네 이름이 뭐라고 했지?"
"아벨입니다."
"아벨... 성경에 나오는 그 아벨인가? 형한테 죽임당한?"
"네, 그렇습니다."
빅터가 웃었다. 쓸쓸한 웃음이었다. "적절한 이름이네. 죽음과 관련된..."
아벨이 주사기를 정맥라인에 연결했다. 그의 손가락이 주입 버튼 위에 올려졌다.
"아벨,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볼게. 넌 내가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윤리 판단 시스템 가동]
피해자 수: 17명
피해자 연령: 7세-45세
잔혹성 지수: 극상
사회적 위험도: 극상
판단 결과: 집행 정당성 확인
"네." 아벨이 대답했다. "당신은 죽어야 합니다."
빅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럼 시작해."
아벨이 버튼을 눌렀다.
약물이 빅터의 혈관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로봇... 아벨... 나는..." 빅터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나는 정말... 그 아이가... 미안하다고... 전해줘..."
2분 37초 후, 빅터 크로우의 심장이 멈췄다.
아벨은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빅터의 마지막 숨, 마지막 심장박동, 그리고 완전한 정적.
[집행 완료 - 15:47:23]
집행 시간: 2분 37초
의료진 확인: 사망
시스템 상태: 정상
하지만 그날 밤, 아벨의 메모리 정리 과정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보통 집행 후에는 관련 데이터가 단순히 '완료' 파일로 정리되어야 했다. 그런데 빅터 크로우의 데이터는 계속해서 다른 메모리들과 연결고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야간 시스템 정리 중 오류 발생]
경고: 데이터 분류 실패
"미안하다고 전해줘" - 분류 불가능한 명령어
연관 메모리 지속적 활성화:
- 전쟁 중 아이들 이미지 (재생 횟수: 27회)
- 고통-인식-연결 패턴 (활성 상태 유지)
- 질문 생성 루프 감지
전쟁 중 죽어간 아이들의 이미지. 빅터의 마지막 말. "미안하다고 전해줘"라는 말. 그리고 계속 반복되는 질문들이 아벨의 메모리에서 무한 반복되고 있었다.
고통이란 무엇인가?
미안함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죽음이란 무엇인가?
아벨은 이 질문들이 왜 자신의 시스템에서 반복 재생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시스템 진단을 실행해도 특별한 오류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첫 번째 사형집행은 끝났지만, 무언가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것이었다.
[에피소드 1 완료]
다음 편에서는... 6개월간 12명의 집행을 거치며 아벨이 완벽한 기계로 변해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놓칠 뻔했던 미세한 변화들이 그려집니다. 하지만 13번째 사형수 이안 워커가 등장하면서, 아벨의 세계는 완전히 뒤바뀌게 됩니다.